2년 전이었나 어느 비 오는 날 출근길 새로 산 우산과, 바꾼 지 얼마 안 된 새 핸드폰을 들고 출근하던 날이었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렸고, 나는 특별함 없이 그냥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고, 늘 타던 지하철 시간이 있었으므로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밑으로 한 걸음씩 내려갔다. 비 오는 날의 에스컬레이터는 조금 미끄러웠으므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천천히 내려가던 도중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넘어지는 충격으로 우산이 완전히 망가졌다. 덕분인지 나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새로 산 우산이었지만 우산이 날 지켜주었다 생각했다. 핸드폰도 멀쩡했다. 아주 약간의 흠집이 생긴 것을 빼면. 운이 정말 좋았다. 그 후로부터 비 오는 날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를 때면 늘 그날 생각이 난다. 오늘도 그랬다. 근데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와 똑같이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번엔 우산은 멀쩡했지만 핸드폰이 깨졌고, 팔을 다쳤다. 아주 큰 상처는 아니지만 멍들고 피가 났다. 누가 긁은 것 마냥 줄이 아주 많이 생겼다. 양쪽 다리에도 충격이 있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단 피부가 조금 벗겨지긴 했지만. 그날도, 오늘도 뒤에 있던 사람에게 걱정 어린 눈빛을 받았다.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약간 몽롱한 상태였는데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키에 비해 발이 많이 작다. 그래서 지지대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없는 것인지 중심 잡기가 힘들고 잘 넘어진다(사실 몸무게 때문도 있긴 할 듯). 아무튼 그랬다. 오늘의 시작은 썩 좋지 못한 시작이었다.
예전부터 한 번 와보고 싶었던 카페에 왔다. 이곳은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이 소개해 준 곳인데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셨고 여기에 와서 종종 커피를 드신다고 했다. 이곳의 원두를 자주 주문해서 먹었다. 맛이 아주 좋아 언젠가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왔다. 석촌역 근처에 있는 'Within Coffee'라는 곳이다.
에티오피아 나노 찰라를 주문했다. 이 원두를 가장 많이 먹었는데, 전문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는 맛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서 평소에 먹던 것으로 주문을 했다. 맛은 만족스러웠다. 내가 딱 원하는 정도의 산미와 향. 가격이 조금 있지만 ..
다음 날로 넘어와서 시점이 바뀌었다. 아무튼.
원래는 일요일에 일정이 있었지만 일요일에 일정을 여신 분께서 사정이 바뀌어 금요일로 일정을 수정하셨다. 괴수 8호 영화, 괴수 8호 팝업스토어, 메타몽 팝업을 보기로 했었는데 오늘로 당겼다. 영화는 시간상 보기가 애매해서 메타몽이랑 괴수 8호 팝업만 보고 저녁을 먹는 일정이었다.
나는 애초에 평일 낮에는 늘상 취업준비를 하기 때문에 카페에 가있으니 모임 장소 근처 내가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고(근데 사실 프리렌 봤음) 조금 일찍 오기로 한 분이 계셔서 만나서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었다.
먹고 나서 잠실 롯데월드몰로 이동했고, 다른 분들이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블루보틀에 가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모임에서 보기 드문 나랑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이라 대화가 잘 통했다.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고 메타몽부터 구경했다.
메타몽 팝업을 구경하고 나서는 괴수 8호 팝업을 구경했다.
레노를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내가 산 굿즈에서 레노가 나와서 그분께 드렸다. 그분도 같은 제품을 하나 사셨는데 호시나를 뽑으셨다. 레노를 드리고 호시나를 받았다. 사실 괴수 8호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 2개를 꼽으면 카프카와 호시나였기에 괜찮은 결과였다 :)
메타몽과 괴수 8호 구경을 마치고 나서는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이동하여 한 포차에 들어왔다.
딱히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한 포차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맛. 그래도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 후에는 ..
노래방에 갔다. 다들 목이 터지도록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도 몹시 오랜만이라 무척이나 즐거웠다 :)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전부 즐겁다.
사실 노래방 가기 전부터 집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있긴 했는데 ..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들이고 .. 먼저 가기엔 몹시 아쉽고 .. 더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 .. 그래서 .. 노래방도 갔고 .. 노래방에서 나와서 .. 술집을 또 갔다 ..
요런 것들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나누었고, 먹다 보니 어느새 매장이 닫을 시간이 되어 쫓겨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와서 나는 그냥 택시 타고 집에 옴 ..
다들 알아서 잘 갔겠지 뭐 .. ㅎㅎ ..
아무튼 .. 정말 정말 오랜만에 새벽까지 즐거웠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던가 ? 생각을 했다.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조금 할까 고민을 하다 조금 하다 말았다. 썩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기에.
다들 각자 본인들만의 이야기도 있을 테고, 어찌 보면 내가 겪은 일들이 다른 사람들이 겪은 일에 비해 굉장히 작을 수도 있으니.
그래도 언젠가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내 얘기를 해주고 싶긴 하다. 내 울타리 안에 다른 사람들을 두기엔 나의 내면은 너무 어둡고 쓸쓸하고, 내가 다른 사람 울타리 안에 들어가기엔 아직 그분들의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것 같고. 지금이 딱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애초에 이런 선은 잘 못 지키니까.
뭐, 아무튼, 최근 많이 우울했다가 이제 막 빠져나온 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맛있는 커피를 마셔서 대충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