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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새벽

by 라떼한잔주세요 2024. 10. 4.

하루가 다 지나고 다음 날로 넘어간 뒤 세상의 불이 다 꺼지고 서늘한 어둠이 내려앉고 어둠이 적적해 달빛이, 별빛들이 내려오는 시간. 새벽의 시간을 좋아한다. 내 혼자만의 시간. 방해하는 이 없고 무엇을 해도 아무도 모르며 혼자 간직하기 아주 좋은 시간. 자판을 누르는 토독 토독 소리만이 낮게 울리는 지금 이 시간이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늘 감성이 가득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괴로움도 그리고 작은 행복도. 작은 행복은 소중한 기억에서부터 나온다.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다 보면 떠오르는 아름다웠던 날들의 기억. 노래 가사에서 전해지는 멜로디와 내용을 생각하다 보면 늘 그날들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머릿속엔 수많은 기억들이 살고 있어 제때 확인해주지 않으면 곧잘 죽어버린다. 오래된 기억들도, 오래되지 않은 기억들도 간간이 꺼내어 확인을 해 줘야 그 자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라 언제나 그 시간에 계속 영원히 존재하겠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하는 역사는 의미가 없는 법이다.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게 꾸준히 기억하고 꺼내줘야 한다. 아무리 영원한 과거라도 모든 사람이 잊어버리면 더 이상 영원이 아니게 된다. 내가 잊어왔던 그리고 누군가가 잊어왔던.
가령 어제 분명히 책상 위에 올려 둔 펜 하나는 내가 온전히 기억을 갖고 있다면 영원히 그곳에 존재할 것이지만 기억을 잊는 순간 그 펜의 존재는 불확실해진다. 분명 어디에 뒀다고 기억한 물건들이 거기에 없고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지나간 곳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한 영원은 결국 온전히 기억해 내는 사람이 있어야만 영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늘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간간이 나라는 사람을 떠올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국 잊혀지지 않을, 잊혀지지 못할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고 영원까지 남게 될. 결국엔 사람은 사람과 사랑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본능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