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잤다. 잠만 자는 기계였다. 중간에 많이 깨었지만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기가 싫었다. 일어나 밥을 먹고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모든 게 하기 싫어서 계속 잠만 잤다. 누워 있다 잠들었다 다시 깨었다 반복했다. 꿈도 엄청 많이 꾸었다. 멧돼지 사냥도 하고, 신나기도, 슬프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어나기가 싫었을까. 무엇 때문에 깨고 싶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아픈 마음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그냥 일어나기가 싫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주 늦게 오후 7시가 다 되어야 일어났고 밥을 먹었다.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를 먹었다.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김치찌개. 11시가 넘어 들어온 형은 내가 좋아하는 파운드케이크를 사 왔다. 윗부분이 초콜릿으로 코팅된 초코맛 파운드케이크였다. 아직 먹지는 않았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내일 먹을 예정이다.
어제 새벽엔 하늘에 별이 참 많이 보였다. 그것을 또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저 많고 많은 별 중에 내 마음이 닿는 별이 한 개쯤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작년 8월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울 때 보았던 별똥별을 생각했다. 그때 마음속으로 빌었던 소원을 곰곰이 되새겼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었다. 평소에도 늘 생각하고 있었던 소원이고, 아직까지도 계속 빌고 있는 소원이다.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은 때때로 그 어려운 일들을 전부 해낸다. 내 마음 속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꾸밈없는 솔직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항상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삶의 곳곳에서 작은 행복의 조각을 발견해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오늘 행복했다 생각할 수 있도록.
내가 몹시도 많이 좋아하고, 정말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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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의 어느 날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10년 후인 2014년 6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나는 그 약속을 기억했고 그날을 기다렸다. 내가 24살이 된 날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오래도록 기억해 두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14년이 되었고 6월의 첫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나는 그 장소로 갔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텅 빈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돌아갔다.
얼마 전 틱톡에서 한 영상을 보았다. 2003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20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장소에 모였다. 그것을 보고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구나 ..
기다리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기다림 끝에 올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그날을 하루하루 세며 기다리는 것은 슬프고 외롭고 지치고 힘들지만 설레는 일이다. 그런 일들을 잘한다. 삶은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기에 그리고 삶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 투성이기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이 나에게로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고 나서 한동안 아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이 틀리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만 온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by. 24. 0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