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2에는 활력포션이란 아이템이 있다. 섭취하면 즉시 체력과 마나를 35% 회복시켜 준다. 이것을 3개를 넣고 합성하면 체력과 마나를 100% 회복시켜 주는 대량의 활력포션이 된다. 섭취하는 즉시 체력과 마나를 최고수치로 만들어 주는 그야말로 대단한 아이템이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디아블로 2를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대량이 아닌 일반 활력포션은 바닥에 떨어져도 잘 줍지 않았다. 대량의 활력포션도 드롭률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대량만 열심히 주워서 먹고 다녔다. 그러다 문득 버려졌던 활력포션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고,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활력포션 딱 한 개만 주워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활력이 뭔가 부족한 기분이라 그렇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력서도 슬금슬금 집어넣는 중이다. 집 컴퓨터에 프로그래밍 툴도 여럿 깔았고, 포트폴리오도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목표는 12월 전까지 취업하기. 이번에는 중소기업보단 중견 혹은 대기업에 가고 싶어 준비 기간이 많이 길었다. 중소라도 규모가 꽤 있는 중소에 갈 것이다. 물론 힘들겠지만 열심히 준비해 봐야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말 많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지낼지,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고 살지, 뭘로 돈을 벌거고 어떻게 어떻게 살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들을.
사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수처럼 놀고 싶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한다. 일확천금의 꿈은 접은 지 오래다. 매주 사는 로또는 그저 잠깐의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코인은 접은 지 오래다. 그래도 그 어지러운 코인판에서 나름 좋은 수익률을 내서 기분은 좋았다.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주식도 딱히 일확천금을 노린다기보단 적금보다 수익률이 좋아 그냥 꾸준히 넣고 있다. 벌써 20%나 올랐다. 투자 금액이 많았다면 얻는 금액이 훨씬 컸겠지만 아쉬움은 없다. 그저 내가 정한 대로 적당히 적당히 할 뿐.
어릴 적의 나는 40살 즈음에는 10억을 모을 수 있을 줄 알았다. 27살부터 일을 시작해서 한 달에 꾸준히 일정 금액씩 모아서 모든 돈으로 또 적금을 들고 이자를 받고 하다 보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게임이 적당히 잘 되어 돈을 많이 벌거라 생각했다. 참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의 생각.
나는 그 돈으로 세계를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니고 싶었다. 어린 나의 마음속에 40살은 적당한 중년 나이었으며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부하 직원들도 많이 거느린 어느 회사의 대표가 되어있었을 테니. 현실은 그것과는 거리가 참 멀다. 물론 아직 40살까지 많이 남았지만. 그래서 지금은 목표를 바꿨다. 40살이 아닌 50살로. 이것도 물론 터무니없을 수는 있지만 완전 불가능하다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고 나서 나는 세상 이곳저곳을 적당히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닐 예정이다. 유명한 맛집부터 시작하여 시골 동네의 작은 식당까지. 첫 목표는 한 개의 나라다. 한 개의 나라에 있는 모든 맛을 탐색하는 것. 그다음 목표는 그다음에. 그냥 오래 갖고 있던 꿈이다. 적당히 늙었을 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아주 작은 식당을 하나 차려 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해 주고, 다 비워진 접시를 뿌듯한 표정으로 설거지하는 것. 반드시 그러고 싶다.
카페도 하나 만들고 싶었다.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 그렇지만 아주 작은 카페. 1타임에 1팀만 받는 카페. 수익을 기대하고 하는 가게가 아니며, 그냥 내가 돈이 많으면 취미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다.
수용 인원은 1 ~ 6명 정도 되는 곳에서 내가 직접 원두를 골라 로스팅하고, 가능하다면 블렌드까지 해서 맛있는 커피를 내놓는 것. 디저트는 덤으로. 가격은 비싸지 않게, 누구나 올 수 있게, 하지만 쉽게 올 수는 없게. 그런 카페를 만들고 싶기도 했다. 음식점을 차리고 그 옆에 두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저 꿈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냥 꿈으로 남겨두진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꼭 해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