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つゆき
수다

첫 소식.

by 라떼한잔주세요 2025. 3. 13.

아파서 쉰 기간 빼고, 포트폴리오 준비하고 이력서를 다듬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한 게 10월이었다. 시간은 착실하게 흐르고 흘러 어느덧 3월도 중간을 바라보고 있다. 5개월 동안 불합격 판정만 받던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드디어 첫 서류 합격이란 소식을 받았다. 기쁘다기보단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 필기 테스트를 보러 간다. 다음 주까지 코딩 공부를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첫 소식이니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어 봐야지. 속으로 다짐했다.
계속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믿음. 아직 최종 합격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조금 잃었던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삶의 순간들을 잘 살펴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참 많다. 최근에는 취업이 안 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붙잡고 열심히 다양한 회사들의 문을 두드렸다. 어쨌든, 아직 활짝 열린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두드리니 그래도 눈길을 주는 곳은 있다.

내가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고 계속 미뤄두고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나는 줄곧 이것을 참 많이 놓쳤다. 하고 싶은 것을 당장 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미뤄두고, 시간이 지나 급박해진 상황에서 급급하게 구색 맞추기를 하는 그런. 지금의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해야 하는 것들을 전부 내팽개치고 하고 싶은 것들만 했던 적이 있다. 그때가 잘못됐냐라고 하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경험을 하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서 깨닫게 되는 것이 많으니 지금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변하는 게 느껴진다. 생각도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지는 그런. 이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일까. 이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