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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노래에 형태는 없지만

by 라떼한잔주세요 2024. 12. 24.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어릴 적부터,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각인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하는 것이 좋았고, 노래를 하고 싶었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았다.
언제나. 마음을 담아서, 감정을 담아서 노래하고 싶었고 그렇게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의 내가 좋았다.
그러다 이 마음은 어느샌가 노래를 잘해야 한다라는 마음과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쏠리더니 노래를 하고 싶어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를 잘하는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 노래 잘한다고 뽐내기 위해 하는 행동들로 변질되어 갔고 나는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취미가 아닌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노래를 불렀고 부를 때마다 늘 아쉬움과 안타까움만 늘어갔다.
그러다 이제는 내가 왜 노래를 부르는지에 대한 생각마저 잊어버렸다.
옛날의 그 마음이, 그냥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때의 마음이 어디론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늘 녹음기를 켜두고 이건 여기가 마음에 안 들어, 저건 저기가 마음에 안 들어하며 조금 더 완벽하게 박자를, 음정을 맞추고 그대로 불러야 한다는 강박에만 사로잡혔다.
재미가 없어졌다.
노래하는 의미가 사라졌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습관처럼 노래방에 들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듣는 이유는 내 마음이고 내 감정인데 왜 이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혼자 스트레스받으며 애쓰는 건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건데 왜 굳이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야 하는 건지.
가수도 아니고, 그저 취미이고 내가 만족하면 그만인데.
그냥 깨달았다. 아, 참 멍청했다.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과 내 감정을 담아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그만인 것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데.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인데. 잘 부르고 못 부르고 가 중요한 게 아닌데. 그냥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인 것인데.
힘들게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할 필요가 없다.
노래도, 삶도.
그냥 내 방식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하면 그만이지.
삶의 모든 것들이 다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유가 들어가면 점점 힘들어지고 어려워진다.
그러니 나는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삶을 살래.
한 번뿐인 내 인생이고,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