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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일기

by 라떼한잔주세요 2025. 4. 26.

얼마 전 인스타에서 한 만화를 봤는데 딱 내가 원하는 이상향의 삶을 가진 커플의 이야기였다.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모든 것을 집에서 하고 싶어 하는 여자와, 웬만한 것들은 집에서 하지만 가끔은 밖에 나가줘야 하는 남자의 간단한 이야기였는데 내가 평소 바라던 삶과 굉장히 비슷해서 공감이 갔다. 아무튼,
요즘은 다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가 와버렸다. 모든 게 귀찮고, 모든 게 재미없는 그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을 알지만 막상 이 시기가 오면 이 시기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조금 우울에 빠진다. 무언가 에너지를 충전해 줄 것이 필요하다. 보통 이때는 조금 깊은 망상에 빠져있는 순간들이 많은데 보통은 다 전부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일이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들. 그렇지만 최근은 조금 다르다. 몹시 현실적인 일들을 생각하게 됐다. 취업이 잘 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하지만 뭔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든지, 내 나이가 지금 서른다섯인데 언제 사람을 만나고 언제 가정을 꾸리고 그러고 살지 뭐 내 인생 미래에 있어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고 살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 건전한(?) 생각들이다. 물론 이런 생각할 시간도, 이딴 글을 쓸 시간도 몹시 아까워하며 최대한 빠르게 좋은 곳에 취직을 해야 무엇을 하든 할 텐데 그것을 머리는 알지만 마음은 언제나 생각하는 결이 다르기에 혼란이 온다. ‘지금부터 하면 돼’라는 말은 모든 일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 상태의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억지로 시켜서 하라면 하겠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하긴 하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죽여두었던 우울이 어딘가에서 살아남았는지 요즘 덩치를 좀 열심히 키워가는데 이것을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또 밟아 죽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작년의 시간을 보내며 많이 성장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보면 또 그렇진 않나 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부터는 사람들을 좀 만나며 나아지고 괜찮아지려 노력을 참 많이 하고 있긴 한데 .. 어차피 이것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작년 12월이었나, 11월이었나 우울의 극에 달해있을 때 거기서 날 꺼내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사람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으로 인해 정말 많이 나아졌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긴 한데 뭔가 전하는 것도 웃기단 생각을 했다. 사람은 참 별것도 아닌 것들로 위로를 받고 구원을 받는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한 마디에 삶이 변하기도 하고. 나에게 보여줬던 모습들이 그 당시 나에겐 정말 구원 같은 작은 빛이었는데 아마 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곳에서나마 작게 감사의 인사를.
그 이후로 생각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도 참 많이 했고, 행동도 바꾸고 모습도 바꿨다. 그때부터 I에서 E로 좀 바뀌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때부터 제대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많이 낮아졌던 자존감도 조금 올랐고. 조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그래서 모임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좀 크다. 평생을 친구 없이 살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에게 새로운 사람은 늘 회사가 전부였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늘 회사가 전부였기에. 회사 사람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것마저 불가능해졌다. 그 와중에 동네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입을 한 다음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서 좋았다. 물론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선 뭔가 숨길 필요도 없고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내놓고 보여줘도 아무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그것이 참 편안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