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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낮잠.

by 라떼한잔주세요 2024. 10. 17.

평소 낮잠을 자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낮잠을 조금 잤다.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집안일을 좀 하고 나서 잠깐 앉았는데 뭔가 피곤한 느낌이 많이 들어 누웠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길게 자진 않았지만 잠깐 사이 꿈을 정말 많이 꾸었다. 재밌는 꿈도, 웃긴 꿈도, 슬픈 꿈도 여러 가지 꿈을 참 많이 꾸었다. 정말 꿈 공장인가 싶다. 잠에만 들면 꿈이 쏟아지니 말이다. 일어나선 투표를 하러 나왔다. 투표소에 가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러고 나서 산책을 조금 했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 왔는데 마음은 왜인지 모르게 쓸쓸했다. 가을 타나 봐 ~

가을에 어울리는 갈색 재킷을 입고 나갔다 왔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엄마 핸드폰 데이터를 옮겨 주었다. 내년에 갤럭시 25가 나오면 새로 사준다고 했는데 새로 사주는 핸드폰이나 내가 쓰던 핸드폰이나 성능 차이는 거의 없고, 내가 쓰던 핸드폰도 상태가 나름 A급이라 엄마한테 쓰겠냐 물어봤었는데 고민을 며칠 하더니 쓰겠다고 하여 데이터를 옮겨주었다. 엄마는 크고 좋은 핸드폰이 생겨 몹시 기뻐했다. 갤럭시 S23 Ultra 1Tb라서 사진을 참 많이 찍는 엄마한테 좋은 핸드폰인 것 같다. 내년 갤 25가 나오면 25+을 사주려 했었는데 25+보단 23U가 성능상으로는 아마 더 좋을 테니.

나는 아이폰으로 달 찍는 법을 연구 중이다. 갤럭시는 그냥 대충 찍어도 예쁘게 잘 찍혔는데 아이폰은 예쁘게 찍으려면 설정을 많이 해야 해서 이리저리 정보를 좀 찾아보았다. 그래도 오늘은 좀 예쁘게 달 사진을 찍었다. 나름 만족스럽다. 갤럭시 쓰던 때처럼 줌을 왕창 땡겨 크게 찍을 수는 없지만 멀리 작게 보이는 달도 무척이나 예뻐서 마음에 든다. 나는 언제부터 달을 좋아했더라 ..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원래 하늘을 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하늘을 볼 때는 무지개가 떴거나 가끔 달빛이 몹시 많이 비출 때뿐이었다. 언제였는지는 몰라도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몹시 예뻤다. 구름도 예뻤고. 그리고 밤에 올려다본 하늘도 몹시 예뻤다. 달과 별의 선들이. 그 이후로 하늘을 많이 올려다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보고 있으면 낮에는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밤에는 별들을 세어 본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난다. 하늘은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거리에 있는 별들의 집합체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겠지.

언젠가 서울 근교의 높은 전망대 같은 곳에 올라가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온 사람은 야경을 보며 저 불빛에게는 각자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아주 많은 이야기가. 하늘에 떠있는 별들도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데, 나는 그 말을 잘 모르겠다.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비극이다. 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쁘고 즐거운 이야기보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겐 기쁘고 즐거운 기억보다 아프고 슬픈 기억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즐겁고 기쁜 것들은 금방 지나가고 슬프고 아픈 것들은 오래 남기 때문인가 보다. 나만 봐도 즐겁고 기쁜 것들보다 슬프고 아픈 것들이 훨씬 오래 남으니까.

세상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각자 갖고 있는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이 천천히 사라지고, 기쁨과 즐거움이 몰려왔으면 좋겠다. 울음과 비명보단 웃음과 미소가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