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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수능과 바다

by 라떼한잔주세요 2024. 11. 11.

수능이 3일 남았다고 한다. 놀랍다. 나는 수능을 보지 않았다. 대학은 수시로 입학했다. 최저 컷도 없었을 적의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난 늘 받아쓰기도 30점, 열심히 공부해야 70점을 겨우 받는 아이였다. 산만했고, 공부는 재미가 없었다. 공부 말고 다른 게 더 재미있었다. 소설책, 만화책 등 그런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로웠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과학과 국어에 나오는 소설, 시 등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수업 시간 내내 늘 딴짓을 했다. 낙서하기, 노래 가사 적기 등. 학종이를 갖고 이것저것 접은 적도, 고무 찰흙을 갖고 이것저것 만든 적도, 교과서 구석진 곳에 페이지를 넘기면 만화처럼 보일 수 있는 낙서를 한 적도 많다. 그래서 내 교과서는 늘 낙서 투성이었다. 당연히 성적은 좋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는 딱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아도 중위권을 유지했던 것은 기본적인 지능이 남들보단 높아 대충 기억력이 좋다는 것과, 내가 흥미 있는 것들은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무조건 10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끔 공부를 했으면 어떻까라는 생각도 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문제를 푼다던지, 그런 상상이 아예 되질 않는다.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이럴 땐 또 상상이 안 된다.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전제라서 상상조차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평소에 별의 별 상상을 다 하는 내가 고작 그런 상상도 못 하다니 ? 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상상력도 별것 없던 것이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뭐 이런 것들을 적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번 주가 수능이라고 하니 나도 모르게 그냥 옛 생각이 났다.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기 보단 수능 생각을 하다 보니. 나에겐 학창 시절의 기억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놓고 돈 받고, 돈 준 집 아이들만 잘 챙겨주고 나머지 애들은 신경도 안 쓰는 선생도 있었고, 날 괴롭히는 아이들이 참 많았으니. 고등학생 때는 투명인간처럼 지냈던 것 같다. 거의.

아무튼.

 

문득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도 보고 싶고, 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불을 피워놓고 불멍도 하며 밤 바다를 보고 싶다. 내 앞에 천천히 부서지는 파도를 느끼고 싶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똥별도 보고 싶다.

아, 바다와 하늘, 그리고 불이라니 상상만 해도 벅차다. 심지어 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그립다. 그날의 내가. 몹시도 아름다웠던, 내 생을 통들어 가장 아름다웠던. 그날의 자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