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신청을 해두었다가 몸이 좋지 않아 취소를 했는데 당일 일어나 보니 그래도 상태가 나쁘진 않아서 급하게 자리를 구걸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일정이다 보니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조금 체념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한 자리가 비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떤 분께서 사정이 생겨 참여를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속으로는 만세를 외쳤다.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도 있고, 새로 오신 분들도 많아서 만나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신청을 했다. 집에서 다섯 시 반쯤 출발했다. 여섯 시 반정도에 모임 장소 근처에 도착했고 사람 몇을 미리 만나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근처에 있던 감자탕집에 들어갔는데 맛이 썩 괜찮았다. 조금 매웠던 것만 빼면.
다 먹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데 앞에서 어떤 아가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오더니 멈춰 서서 캐릭터 모형 핸드폰을 자랑했다. 자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잠깐 같이 놀아줬다. 캐릭터랑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데 상호작용은 안 되지만 은근 신기했다. 아가들은 참 순수한 것 같다. 근처 컴포즈에서 커피를 하나 사들고 모임 장소로 갔다. 사람이 진짜 엄청 많았다. 역대 정기모임 중 최대치 ? 느낌이었다. 무척이나 정신없고, 기 빨리고, 지쳐버렸다. 가자마자 ..
아무튼, 한 분께서 좋은 사케를 가져오셔서 회를 주문했다. 사케와 같이 먹었다. 맛있었다. 간만에 맛보는 아마구치 사케. 근래에는 사케를 잘 안 마셔서 입 안에 감도는 감칠맛과 쌀의 향기가 아주 적절하게 잘 느껴졌다. 사케 특유의 목 넘김이 참 좋다. 어느 정도 정신줄을 조금 놓고 있다가 .. 사실 몸이 안 좋아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계속 이대로 있으면 너무 루즈하게 있을 것 같아서 정신을 조금 차리기로 했고, 사람들을 모아 게임을 했다. 텐션을 높여가며 아픈 목을 부여잡고 열심히. 즐거웠다 :)
중간에 노래도 한 곡 하고,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를 하며 소개를 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고, 드립 커피를 가져온 분이 있어 커피도 한 잔 얻어먹고 리큐르를 가져온 분이 계셔 칵테일도 한 잔 얻어먹었다. 핸드메이드로 캐릭터 키링을 만들어온 분도 있었다. 같이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에게 준다길래 참가를 했고 두 번 이겨서 귀여운 아이템 두 개를 얻었다.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채팅방에서 닉네임만 몇 번 본 분이 계셔서 소개를 하며 인사를 했다. 그분은 나에게 “라떼님이셨구나 !”라고 하며 한 말씀을 더 하셨는데 그게 뭔가 기억에 계속 남는다.
몰랐던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알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알아가는 것. 취미가 비슷한 이유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열정적으로 말하고, 전파하고, 알아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것. 그러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여러 모습들이 보인다.
하루 종일 노래만 부르는 사람도, 하루 종일 보드게임만 하는 사람도,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 사람도, 하나의 몰두해서 그것만 계속하는 사람들도 각자 저마다의 소통 방식이 있겠지.
이곳에 오면 늘 많은 것을 느낀다.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지만 언제나 늘 깨닫는 것은 있게 마련이다.
한 명 한 명이 다 개성이 있고 색깔이 있다. 그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예쁜 그림을 만든다.
과연 무엇이 다를까 ?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긴 한걸까 ?
다 같은 사람들인데, 그리고 다 다른 사람들인데.
최소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게 있고 그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화면 속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
사람은 누구나 다 이상향을 쫓게 마련인데.
적어도, 적어도. 남들 따라 하기 바쁜 사람들 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해.
뚜렷한 자기 주관 없이 유행에 흔들려 그때그때 바뀌는 그런 사람들 보단 낫다고 생각해.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