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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つゆき
수다

2025. 05. 26

by 라떼한잔주세요 2025. 5. 26.

카페에 가거나 음식점에 방문하면 맛있는 디저트나 음식으로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방문을 한 것인데 서비스가 좋지 못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 가령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던지, 내가 먼저 왔는데 나보다 늦게 온 다른 테이블의 주문을 먼저 받는다던지 하는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그런 일들. 오늘은 카페에 와서 평소처럼 "카페라떼 아이스 한 잔 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렸고 결제를 했다. 음료가 준비되어 받았는데 카페라떼가 아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준비되었고, 결제 내역을 보니 카페라떼 금액이 아닌 아이스 아메리카노 금액이 결제되어 있었다. 순간 내가 말을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나는 늘 라떼를 마시고, 주문도 분명 카페라떼 아이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근데 뭐 결제 금액도 아메리카노로 되었고, 오늘은 라떼 말고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옛 기억이 조금 떠올랐다. 보통 나는 서비스가 불친절하면 마구마구 컴플레인을 걸고 싶어진다. 특히 주문한 음식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더 많이. 그래도 일단 시작은 정중하게 말한다. 음식이 잘못 나왔다거나 상태가 이상하니 확인해 주실 수 있냐 하고. 보통은 여기서 잘 마무리가 된다. 근데 일부 매장의 경우 우리는 실수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아주 약간의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어렵게 예약하고 길게 웨이팅을 해서 잔뜩 기대하고 들어간 매장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생겼을 때 기분이 많이 나빠진다. 나는 이것을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것인데 당연히 만족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이 나쁘게 마련이니까. 그러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너무 화내지 말라고, 우리의 기분 좋은 시간을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듣고 좀 멍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내가 기분 나쁘다는 이유 하나로 망쳐왔던 것이었나.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나와 비슷하게 기분 나빠서 화가 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너그럽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러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한 카페에 가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적이 있다. 아래는 그때 남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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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카페에 갔다. 근처에 있는 한 커피숍인데 커피 맛이 좋아서 예전에 종종 갔던 곳이다. 에티오피아 시다모를 따뜻하게 한잔 내려달라고 하였다. 명품백 느낌의 찻잔에 커피가 나와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아서 열심히 게임을 하며 마셨다. 한참 마시고 있는데 카페 주인이 어떤 전화를 받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배달의 민족에서 피자를 주문했는데 재료가 다 소진되어 주문 취소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카페 주인은 주문한 지 벌써 30분이 지났고, 배달 완료시점까지 이제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취소하라 그러면 어떡하냐, 크리스마스이브고 애들이랑 좋은 날 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을 취소를 해달라고 하면 어떡하냐라고 말했고, 직원의 응대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 쏘아붙이면서 말했다. 예전에 내 모습이 조금 비쳐 보였다. 나도 저랬었지 .. 갑자기 급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지만 카페 주인이 카페에 손님도 많은데 큰 목소리로 남을 비방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썩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같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 카페 주인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데 그런 통화를 하려면 최소한 카페 손님이 없는 구석진 자리라던가 밖에 나가서 통화를 하는 게 맞는 듯했다. 아무튼 카페 주인은 피자집 직원에게 대책을 마련해서 다시 전화 주라는 말을 했고, 카페 주인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다 카페 주인 편을 들며 갑자기 그러면 어떡한대 ? 정말 어이없네 이런 말들을 했다. 카페 주인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어디 다른 곳을 가서 피자와 치킨을 사 왔다. 그러더니 카페 한가운데서 피자와 치킨을 세팅해 놓고 사람들끼리 맛있게 떠들면서 먹더라 .. 정말 와 .. 이게 맞나 싶었다.
나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하고 싶어 조용한 개인 카페에 온 것이고 카페 주인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시끄럽게 통화한 것도 거슬리는데 심지어 안에서 피자랑 치킨 냄새를 펄펄 풍기며 먹는다 ?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정리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 아까 그 피자집에서 다시 전화가 왔나 보다. 카페 주인의 남편이 받았는데 굉장히 점잖은 척하면서 열심히 화를 내더라. 그거 보고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다시는 그 카페에 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 후기를 남기고 싶었지만 참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많았는지 서비스직에 종사를 하면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는 당연히 갖춰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내 개인적인 논리만을 내세워 그 사람들을 많이 곤란하게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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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때 카페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극혐 했던 모습이 내 모습이라니. 그런 생각을 하며 반성을 참 많이 했다. 그 후로는 사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대부분 부드럽게 넘어간다. 혼자 있을 때에도,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에도. 사실 이제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좀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조금 성장을 했다는 뜻일까. 허허.
 
아무튼 뭐 갑자기 카페 음료 하나 잘못 나와서 뭔가 옛날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